[선택의 순간] 신입사원 면접풍경 2

-면접은 뛰어난 사람이 아닌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자리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연(聯)' '맥(脈)'??'끼'

박지순 발행인 승인 2019.04.11 00:00 | 최종 수정 2138.07.22 00: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기업의 경우 면접위원들 중의 일부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를 참석시켜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의 안목과 경험에 바탕을 둔 객관적 평가 인재 채용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 내부 면접위원과 외부 면접위원은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내부 면접관의 경우는 업무역량뿐 아니라 조직 적합도와 조직 적응력을 중점적으로 본다. 만약 앞에 앉아 있는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입사한다면 어떨지 미리 가늠해 본다. 간혹 면접을 마치고 난 후 "이번 지원자들은 작년보다 나은 거 같네"라고 말하는 내부 면접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올해 평가가 좋은 신입사원들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내부 면접관은 회사를 대표하여 신입사원을 선발하기에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외부 면접관의 경우는 내부 조직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기에 전문성과 함께 전반적인 인성 및 자세를 본다. 일반적인 조직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재상을 염두에 두고 지원자들을 선별한다. 그러다보니, 내부 면접관보다는 더 조심스럽게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장점보다는 단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데 내부 면접관이나 외부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시각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결과는 유사한 경우들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들의 푸념 중의 하나는 "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량보다는 적합도에 탈락 사유가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적합도'란 어떤 부분이 적합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일까? 

1 분 동안의 자기소개 발표를 버벅거렸다. 면접관의 질문요지를 파악하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 면접관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고 다른 곳을 보았다. 본인의 단점을 너무 솔직하게 얘기해 버렸다. 위에서 나열한 것들은 당락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부수적인 요인들이다. 

주된 요인은 '연(聯)' '맥(脈)'  '끼'에 있다. 

악당들을 모두 물리친 주인공이 잠깐 썸을 탄 여인에게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겠죠'라는 대사를 날리고는 홀연히 떠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이 있어야 만남이 있는 것이다. 요새 블라인드 면접은 '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연'이 학연, 지연, 혈연인데, 면접 중에 본인의 학력이나 부모님의 직업, 지원한 기업의 지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렇듯 세 가지 '연'으로 이을 수 없는 취업이라면, 과연 어떤 연을 만들어 내야 할까?

그 '연'의 시작은 지원한 기업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평소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연을 맺는 방식은 마치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저돌적으로 바로 접근해서 말을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언가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가령, 그 친구가 어떤 서클에 가입되어 있거나 봉사활동을 하면, 해당 서클 및 단체에 참여한다든지, 평소 그 친구가 잘 다니는 카페나 정류장에서 얼쩡거려 보는 식이다.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 친구에 대해서 점점 알게 된다. 주변에 어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지 옷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더 나아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즉, 기업과 연을 맺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면,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이나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최소한 관심이 있는 기업 본사의 1 층 로비 정도는 가보시라. 

두 번째로 '맥'이 있어야 한다. 명의(名醫)가 환자의 맥을 짚으면서 어떤 병인지를 살피듯이, 지원자는 면접 현장에서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사람은 맥이 활발하게 뛰듯이 힘을 내야 한다. 간혹 면접 현장에서 함께 참석한 지원자들이 답변하는 순간에 본인의 것을 준비하느라 한눈을 파는 지원자를 볼 수 있는데, 이러면 면접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 

전체적인 면접의 과정은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결말로 다가가기 전인 클라이맥스의 단계에서는 다소 강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가 필요하다. 초기에 자기소개로 시작한 일관된 어조는 면접관의 시선을 사로 잡기 힘들다. 또한 짧은 면접 시간 동안에 20년 이상의 인생을 한방에 보여주어야 하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세 번째로 '끼'가 있어야 한다. 끼는 솔직히 개발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우선적으로 본인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즉 남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지원자의 매력을 면접관이 알아주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면접장소에서 너무 튀는 언행을 하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정말 많은 지원자들이 조직생활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강조하는데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있어서는 교과서식 대답이 대부분이다. 즉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합니다"이다. 또한 소통의 매개체로 커피나 술 혹은 운동을 언급하는데 이러한 단답식 답변은 참으로 식상하다.

가령 커피를 매개체로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면 이렇게 답변해 보면 어떨까?

"저는 주로 대화가 힘든 상대와 소통하려 할 때 카페에 함께 가서 카페라테를 주문합니다. 연한 우유맛과 함께 감미로운 커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각자 다르지만 합쳐지면 새로운 무언가를 선사하듯이요."

끼는 음식에 있어서 조미료와 같은 존재여서, 없어도 먹을 수는 있지만 있다면 풍미를 더해준다.

 

연. 맥. 끼.  속에 지원자의 열정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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