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지속가능 경영 전략도 이를 실행할 인재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현대 기업들이 직면한 급격한 환경 변화와 세대 다양성 속에서, 인재 경영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적용 가능한 세 가지 인재 혁신 방법을 살펴보자.

<출처 : innovate insan kaynaklari>

1. 현장 중심의 실용적 인재 혁신 시스템

지속가능 경영은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상부에서 결정된 전략을 하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실제 업무 환경과 괴리가 발생한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다. 본사의 지속가능팀이 주도하는 하향식 접근법으로는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슬레는 '지속가능 혁신 허브(Sustainable Innovation Hub)'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모든 직원이 지속가능 관련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직접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포장재 디자이너는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을, 생산 관리자는 에너지 낭비 지점을, 물류 담당자는 비효율적 운송 방식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제안된 아이디어는 검토 과정을 거쳐 승인되면 소규모 예산과 시간을 지원받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네슬레의 접근법은 지속가능 경영을 추상적 개념에서 구체적 행동으로 전환시켰다.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지속가능 경영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 가시적 성과와 함께 직원들의 참여도와 만족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2. 실무 중심의 맞춤형 역량 개발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 교육을 일회성 강의나 형식적 워크숍으로 진행하여 실질적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론보다는 실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런 딜레마에 고민이 많았다. 직원들이 환경 보호라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이론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환경 인턴십(Environmental Internship)'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직원들이 환경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환경 인턴십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최대 2개월간 급여를 그대로 받으며 환경 NGO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품 디자이너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현장에서 일하며 재활용 소재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넓히고, 마케팅 담당자는 기후 변화 관련 NGO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운다. 물류 담당자는 지속가능한 농업 단체에서 친환경 공급망의 중요성을 체험한다.

현장 경험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복귀 후 자신의 업무에 이 경험을 적용한다. 한 제품 디자이너는 NGO 경험 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라인을 개발했고, 마케팅 담당자는 제품의 환경적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지속가능 역량 개발이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닌, 직접 경험을 통한 배움과 적용의 과정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직원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필요성을 몸소 느끼고, 자신의 업무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한다.

3. 세대 간 상호 이해에 기반한 협력 체계

현재 기업들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각 세대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일하는 방식, 소통 스타일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장벽이 아닌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의 사례는 이런 세대 간 차이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보여준다. BMW는 심각한 세대 간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과 소통 문제를 겪고 있었다. 베테랑 엔지니어들은 차량의 성능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반면, 젊은 세대 직원들은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이러한 가치관 차이는 제품 개발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켰고, 결국 회사의 혁신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MW는 '세대 간 혁신 파트너십(Cross-Generation Innovation Partnership)'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경력 15년 이상의 시니어 엔지니어와 입사 3년 미만의 주니어 직원이 한 팀을 이루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시니어는 기술적 전문성과 실행 경험을, 주니어는 환경에 대한 민감성과 디지털 역량을 공유한다.

협업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열린 대화다. 시니어 엔지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환경 문제에 갖는 진정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젊은 직원들은 자동차 산업의 복잡한 현실과 점진적 변화의 중요성을 배웠다. 각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협력의 기반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놀라웠다. 한 팀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내장재를 개발했고, 다른 팀은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 전기차 냉각 시스템을 고안했다. 더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부서로 돌아가 세대 간 협력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이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함께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기업 문화를 형성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 인재 혁신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인재 혁신 방법은 지속가능 경영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다. 네슬레의 사례는 현장 중심의 실용적 인재 혁신이 어떻게 구성원들의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준다. 파타고니아의 환경 인턴십은 실무 중심의 맞춤형 역량 개발이 직원들의 진정한 이해와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을 보여준다. BMW의 세대 간 혁신 파트너십은 다양한 세대의 관점이 어떻게 창의적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증명한다.

인재 혁신은 단순히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넘어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직원 만족도와 유지율 향상,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개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 충성도와 시장 점유율 확대로 나타난다.

각 기업은 자신이 마주한 상황과 고유의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 혁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현장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무 중심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세대 간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적,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래 기업들에게 인재 혁신은 필수과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성공은 인재에 달려있으며, 인재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