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er's path ] 사계절이 공존하는 카멜리아힐

양 혁 전문위원 승인 2022.04.15 14:19 | 최종 수정 2022.04.17 15:58 의견 0

온 사방이 꽃 천지인 계절의 여왕은 역시 봄이다.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봄의 계절감은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심신을 녹여주며 에너지를 끌어올려준다.

카멜리아힐에도 여지없이 봄은 찾아와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온도 차이가 50도를 넘나드는 지리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항상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상 대대로 가장 부지런한 민족으로 살아왔고 다양한 삶의 방법들을 터득하며 삶의 지혜 또한 갖게 되었을 것 같다.

카멜리아힐은 이렇듯 극명하게 차이나는 사계절(제주라는 특성상 겨울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제주의 겨울바람은 체감온도는 영하10도정도의 추위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내내 관람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계절별 특성을 잘 반영하여 특별하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드너들은 쉴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지금 카멜리아힐에는 사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겨울동백, 봄철쭉, 튤립, 여름수국이 같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의 꽃이라고 하는 동백꽃은 아직 카멜리아힐에서는 다양한 품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봄동백 품종은 3월부터 개화하기 시작하여 지금도 곳곳에서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다. 카멜리아힐 만의 자랑이다. 제주에서 동백으로 유명한 기타 여러 관광지에서는 지금 동백꽃을 볼 수 없다.

철쭉은 한달에서 한달반 정도 일찍 개화한 모습을 관람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봄을 조금이나마 일찍 느낄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하우스에서 개화시기를 앞당겨 보여드리는 방식이다. 이천개가 넘는 철쭉 화분들을 두 번 움직여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가드너들에게 주어지지만 관람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봄기운을 전해드리고자 그 정도의 수고스러움은 감수한다.

가드너들은 철쭉 품종별로 하우스에서 가온 처리를 했을 때 개화속도 분석자료를 토대로 관람로 및 온실에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철쭉의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있다.

튤립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튤립축제가 많아서 카멜리아힐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품종의 튤립 위주로 보여드리려고 노력중이다.

지금 카멜리아힐에서는 겨우내 보여드리던 동백특별전을 마무리하고 수국축제를 준비 중에 있다. 카멜리아힐 수국축제는 4월에 1차, 6월에 2차로 진행한다. 외부에 식재되어 있는 수국들은 6~7월이 제철이지만 4월부터 먼저 화분으로 수국꽃을 보여드린다.

4월에 수국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꽃눈 생성에 필요한 기준온도를 일정기간 맞춰준 후 하우스에서 개화에 필요한 온도이상으로 유지해주면 일찍 수국꽃을 볼 수가 있다. 이는 식물마다 갖고 있는 화아분화(花芽分化-식물이 생육하는 도중에 식물체의 영양 조건, 기간, 기온, 일조 시간 따위의 필요조건이 다 차서 꽃눈을 형성하는 일)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줌으로써 원하는 시기에 꽃을 피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드너들은 기본적으로 식물들의 생육조건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또한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다거나 식물 화분들을 들이고 싶어하는 식집사 분들께도 필수적인 정보이자 지식이다.

단지 꽃이 언제 피고 월동은 가능한 식물인지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도 파종 시기에 따라 춘파를 하는지 추파를 하는지, 일년초인지 다년초인지에 따라 전정 여부도 판단해야 하며 외부에서 월동을 시켜주어야 하는지 등등 필요한 정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봄에 피는 유채꽃은 어떻게 자라고 꽃이 피는지를 알고서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그냥 사진만 찍는 거는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유채는 일년초라 매년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자연적으로 피어난 유채꽃은 계절이 지나면서 씨앗을 자연스레 떨어뜨린 후 말라 죽는다. 그리고 다음해에 떨어진 씨앗 중 발아조건을 만난 씨앗들이 일부 다시 자라고 개화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라죽은 모습이 보기 싫을 뿐더라 그냥 떨어진 씨앗 중 발아율이 불규칙적이여서 다음해 개화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자연에 맡길 뿐이다.

그래서 매년 유채밭을 지키고 서있는 주인(배경으로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카메라나 휴대폰을 드는 순간 돈을 내고 찍으라는 고성이 들린다 ㅎㅎ)이 있는 밭은 전년도 가을에 경운을 하고 좋은 씨앗을 파종하여 발아율이 좋도록 농사를 지어놓은 밭이다.

조그마한 정원을 가꾸는 식집사님들도 식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자신만의 가든 디자인을 하며 일년 열두달 손이 들어가야만 원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수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원이 실내로 들어오고 있다.

자신만의 플랜테리어를 만들어 가꾸며 블로그나 유튜브 활동을 하는 분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다. 반려동물 이상으로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음에는 왜 식집사, 식테크가 최근 트랜드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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