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취임한 이후부터 지난 주말인 10월 10일까지 “관세”만큼 전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많이 준 하나의 단어는 없어 보인다. 특히, 이런 관세의 부과 대상은 이른바 “적대국”인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 일본 및 유럽국가들을 포괄하여 사실상 미국과 교역을 하는 전세계 모든 국가임이 자명해졌다.

관세의 목적 자체가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확장적 재정정책에 수반하여 발생한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와 그에 대한 이자부담을, 미국 이외의 국가로부터 수입을 증대하여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첫번째일 것이며 그와 동시에 부차적인 정치적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통 이와 같은 “보호무역”정책은 미국 공화당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정책인데, 그 근원을 따라 찾아보면 2024년 허드슨베이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의 한 전략가가 작성한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이라는 문건을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미란은 누구?

앞서 말한 문건의 저자는 스티븐 미란이라는 사람으로 해당 보고서는 이른바 “미란보고서”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통칭되고 있다. 스티브 미란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재무부의 경제정책 고문으로 활동하였다. 이후 허드슨베이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에서 전략가로 일하였으며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해당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 이사회의 이사로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미란보고서에서 제시된 정책 제안의 배경

우선 구체적인 내용에 앞서 이러한 정책제안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의 지위와 그에 따른 부작용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전후 국제통화체제를 미국달러화 중심으로 재편하였다. 이를 “브레튼우즈”체제라 부르며 금 1온스= 미국 35달러로 고정하며 다른 나라와 미국 달러화간의 환율은 원칙적으로 고정되었다. 이를 통해 전세계에서 미국 달러화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와 국제무역은 미국 달러화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졌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활성화로 인해 교역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전세계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하여 항상 미국 달러화는 비축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는 미국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달러화의 가치를 계속 높게 만들고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상대적인 가격을 높여 제조업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 첫번째 배경이다.

2. 미국의 해외 방위비 부담 증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진영과 소비에트연방(현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진영의 체제경쟁이 극도로 심화되었고 미국은 전략적 선택으로 해외 주요지역에 미군을 주둔시켜 자유민주진영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패전한 베트남전쟁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인해 미군의 해외 주둔의 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그 두번째 배경일 것이다. 특히, 2008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국채를 발행하여 이루어졌던 양적완화의 후폭풍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상태는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미국예산안에서 사회복지항목 다음으로 큰 항목이 기존에 발행된 국채의 이자지급으로 국방비 지출보다 큰 규모이다.) 이로 인해,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비용이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 있으며, 최근의 상대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발행되는 미국 국채의 이자부담은 이와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란보고서에서 제시된 정책 제안

앞서 제시된 두가지 배경을 바탕으로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정책적 제안은 크게는 관세정책과 환율정책 및 전략자산의 경제적 활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관세정책은 과거 미국의 평균관세율인 2%를 20%까지(최대 50%) 올리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1)무역적자를 해소하고 2)미국 제조업의 보호와 부흥을 이끌며 3)이를 위한 비용을 해외 수출국가들에 전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세정책은 이미 어느정도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협상을 완료하여 조정된 관세를 지불하고 있으나 미국의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하여 금융시장에 많은 변동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두번째인 외환정책은 1985년도 플라자 합의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1985년에 대 미국 주요 흑자국인 일본과 독일의 통화가치를 일시에 50% 높여 미국의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려 하였던 시도가 플라자 합의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가칭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하에서 대 미국 주요 무역흑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여 미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무역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이와 같은 인위적 조치에 응할 지, 외환시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될 큰 변동성은 어떻게 관리하여야 할 지 많은 숙제를 부여할 정책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인 국방력을 경제적 보상과 연동하는 정책이다. 미군이 주둔하여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무역과 환율의 협상에 있어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초 장기(100년)만기 무이자 국채를 발행하여 국방비, 미국 내 인프라투자 및 제조업 지원의 재원을 비용없이 확보하는 정책이다. 이 세번째 정책은 특히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세협상에 있어 이슈가 되고 있는 항목으로 보인다. 초 장기 무이자 국채 대신 미국 내 투자의 재원을 각 국가로부터 선불(up-front)하도록 하는 조치는 결국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돈을 빌리는 행위와 사실상 같은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시사점과 맺음말

미란보고서에서 제시된 세가지 정책 중 이미 첫번째와 세번째 정책은 앞서 설명한 대로 이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아있는 마지막 정책인 환율정책은 아마도 두가지 정책의 효과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어느 시점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자산버블의 형성과 30년 넘게 진행된 버블의 붕괴과정을 보았을 때 우리에게 제시된 이 청사진은 낙관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다. 특히 이미 국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미국의 정책 변화에 주도면밀한 준비와 대응이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이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본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필자소개 ]

김호영 위원은 서울대,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에서 수학하고 LG투자증권을 시작으로 Citigroup Global Market Korea 파생상품팀 이사,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Equity파생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KB증권 Equity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파생상품의 운용과 평가를 위한 모형개발을 담당하는 Quant 업무부터 ELS 상품의 개발과 운용, ELW/ETN/주식선물옵션 등 각종 주식파생상품 시장조성업무를 위한 상품개발및 운용, 시스템개발 등 제반업무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수원대학교에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