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비의 식물 이야기] 현대인의 로망: 나만의 정원

이세미 전문위원 승인 2022.08.26 22:27 의견 0

자연은 경이롭다. 처서(處暑)를 재촉하는 비가 그치자 바로 기온이 내려갔다. 더운 여름을 잘 버텨냈다고 보상해주듯 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고, 집으로 운전해 가는 길에 자동차 창문을 열고 상쾌한 내음을 즐기며 갔다. 환절기에만 느낄 수 있는 이 내음은 마음을 몽글거리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음 계절을 준비하게 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있는 지금, 우리가 도심 속 일상에서 자연의 변화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정원이나 공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출퇴근길이나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정원이나 공원에 시선이 머무르게 되면서 꽃이 피고, 녹음이 짙어지며, 낙엽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관찰한 자연의 변화는 콘크리트 블록 속에 갇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만의 정원을 가꾸려는 열망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를 앞둔 중년들이나 단독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그 세대가 앞당겨져 왔다. 물론 COVID-19로 일터와 휴식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측면도 있으나, 사회와의 단절로 인해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받고 싶어진 것이 아닐지 모른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로 현대인들은 도심 속에서 나만의 정원을 소유하고 가꾸며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오롯이 즐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로망, 나만의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유행하는 스타일만을 쫓다가는 정원 시공 후 식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식물이 죽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말 못하는 생물일지라도 생명을 다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지 못한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이 없다. 또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정원을 꾸며야 하는 만큼, 사전에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만족스러운 나만의 정원을 꾸며보도록 하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나만의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의 환경과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정원은 살아있는 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따라서 식물에게 적절한 빛, 토양, 물, 습도, 온도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 체크해보아야 한다. 모든 식물이 똑같은 환경을 원하지는 않는다. 만약에 빛이 잘 들지 않는 뜰이라면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전나무, 맥문동 등) 위주로 심어야 하고, 반대로 강한 햇볕이 드는 정원이라면 음지 식물을 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토양의 물 빠짐이 좋은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점토가 너무 많은 흙이라면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뿌리가 썩기 쉽다. 보통 논이나 밭은 점토가 많은데, 논이 있던 자리 집을 지으신 분들이라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온도 또한 체크해야 한다. 요즘은 남부지방 식물이 중부지방에서도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으나, 경기북부 지역은 여전히 추우므로 남천과 같은 식물을 심을 때 주의해야 한다.

남천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특성도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물놀이나 공놀이, 자연학습이 가능한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구성원의 취미가 텃밭을 가꾸고 바비큐 등을 즐긴다면 부엌과 연결된 외부공간을 석재나 목재로 마감하여 관리가 용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원에 있는 기존의 나무가 마음에 든다면 이식할 수 있도록 계획에 세워야 한다.

이렇게 땅의 환경과 이용하는 사람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다음 스텝에서는 정원에 쓸 예산을 정한다.

정원 공사는 바닥마감재, 식물,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예산 편차가 매우 심하다. 그래서 몇 군데 업체에게 내가 하고 싶은 정원 공사의 비용을 문의하면 개략적인 비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 식물을 심을 수 없고, 장마철에도 나무가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정원 시공은 봄가을이 적기이다. 특히 봄철에 식재하는 것이 나무가 잘 자랄 확률이 높으므로 겨울에 정원계획과 문의를 끝내고 봄에 시공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홈가드닝이 떠오르는 취미가 된 만큼, 직접 정원을 시공하려는 분들이 많다.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공사비가 저렴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공사가 진행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식물의 특성과 심미적 조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자료조사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되고 공정의 순서에서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식물 직거래 플랫폼(그린디비, www.greendb.co.kr)을 이용하여 식물 조합에 대한 고민 없이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최적의 식재 구성물들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원이 생긴다면 멋진 뷰를 감상하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풀내음을 즐기는 상상에 잠길 것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매일같이 잡초를 제거해주고 잔디를 깎아주고 가을에는 낙엽을 쓸어주고 겨울에는 나무가 얼지 않도록 마대로 감싸주는 정성스러운 관리도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뙤약볕 아래 내 얼굴에 기미가 올라오는 것도 감수할 만큼 흙과 식물, 자연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정원을 만들도록 하자. 그리고 다음 회에, 자세히 정원 스타일에 대해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통해 내가 원하는 정원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글| 이세미

<필자소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조경설계 및 시공현장 근무 경력이 있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화훼조형학전공 외래교수 및 실내조경 디렉팅을 겸하고 있는 건설기술인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전공, 동대학원 환경조경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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