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정직한 인간이 되기 위한 에너지

정 천 전문위원 승인 2024.06.04 20:43 의견 0

댄 애리얼리 교수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 듀크대학교 심리학 & 행동경제학 교수 ‘댄 애리얼리(Dan Ariely, 1967~)’는 엔론(Enron)의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을 계기로 ‘인간의 정직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인간의 1%는 선한 사람, 1%는 악한 사람, 나머지 98%는 때로는 선하고 때로는 악한,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되며, ‘1%의 악한 사람’이 저지르는 ‘심각한 부정행위’ 보다, ‘98%의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사소한 부정행위’가 사회 전체로 볼 때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98%의 평범한 사람들’이 때로는 악한 사람이 되는 작동원리와 이유를 알아 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콜라와 지폐 실험

댄 교수 연구팀은 MIT대학교 공용 기숙사 전체 냉장고를 반으로 나눈 다음, 절반에는 콜라를 넣어 두고, 다른 절반에는 1달러 지폐를 넣었어 두고, 72시간 동안 학생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실험결과, 예상과 달리 콜라는 모두 사라졌고, 1달러 지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댄 교수는 이 외에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정직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렸다. 그리고 그의 저서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 (국내 출판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2012, 청림출판)을 통해 소개했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동기가 있는데, 하나는 ‘정직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동기’, 다른 하나는 ‘부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고 싶은 동기’라고 한다. 98%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 두가지 동기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익충돌, 자아고갈, 자기합리화, 자기기만 등의 이유로 부정행위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 번 부정행위를 저지른 다음에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을 한다거나(이런 현상을 ‘What the Hell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의 사소한 부정행위로는 ‘정직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고 착각하고, 자기합리화 하는 경우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콜라와 지폐 실험’에서 댄 교수는 학생들이 지폐는 그대로 두고 콜라만 가져간 것은, 지폐에는 현금가치가 적혀 있기 때문에(1달러) 가져가는 행위를 도둑질이라고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지만, 콜라에는 현금가치가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고, 콜라를 가져가는 것은 행위를 사소한 것으로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 저서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 (국내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2012, 청림출판) (사진출처 : https://danariely.com)

정직성 회복을 위한 자기선언

댄 교수는 정직성 회복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자기선언을 제시했다. 그는 성경(십계명)을 암송하게 했던 실험참가자들이 다른 실험참가자들에 비해 정직한 행동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실험결과를 통해 ‘자기선언’이 정직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거나, 군인들에게 복무신조를 외우게 하거나, 기업에서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이 매주 조회시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복창하거나, 국민교육헌장을 복창하게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댄 교수는 TED 강연회에서 윤리서약서와 같은 서약서에 서명하는 행위도 정직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명하는 행위 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며, 서명한 서약서를 바로 찢어버리더라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동안 우리 사회가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부정행위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사회는 점점 투명해지고 정보접근성도 높아진 동시에 어디를 가더라도 CCTV와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이 감시를 늦추지 않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가 그치지 않는 것은 그 행위를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착각과 합리화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통(疏通)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성찰(省察)도 함께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6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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