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맘때쯤이면 주변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지인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어느 대학교에, 어떤 학과(또는 전공)에 진학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다소 생소하거나 흔하지 않은 학과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그 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말이다.
물론 수능 점수나 내신 등급에 맞춰 전공을 선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주변의 권유나 개인의 적성, 혹은 어릴 때부터 품어온 꿈을 따라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 이후의 취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한 경우는 어떨까? 취업만을 목표로 전공을 고르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만약 다른 조건은 모두 배제하고 오직 ‘취업’만을 기준으로 전공이나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장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아마도 어떤 산업이 언제, 얼마나 많은 인력을 채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일 것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과 같이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중심의 이른바 ‘주력산업’의 인력 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진로 선택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러한 미래 인력 수요를 예측하는 연구는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행되고 있다. 2024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긴급연구로 산업연구원에서 수행한 「반도체·자동차·철강 산업의 은퇴 전망과 인력수급 이슈」 연구도 그중 하나다. 이 연구는 인구센서스와 국세청 소득통계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향후 인력수급을 전망하고 있다.
연구는 먼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고용 현황을 설명한다. 기존의 거시경제학적 고용 전망은 산업 규모가 커지면 고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속되는 한편, 고령층의 은퇴 시점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예상보다 고용 성장세가 높게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산업별 고용 특징을 살펴보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전자부품 제조업의 경우,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생산은 4~5년 주기의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변동성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생산과 고용이 비교적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인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휴 인력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정년퇴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 필요한 인력 수준으로 고용 규모를 조정하려는 계획이 있다. 철강산업은 2014년 이후 중국 철강산업의 성장에 따른 구조조정을 겪은 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부터 생산과 고용이 다시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속근로, 즉 은퇴 연령의 양상도 산업별로 다르다.
전자부품 제조업은 40대 이후부터 지속근로 확률이 꾸준히 낮아지며, 50대에 이미 산업을 이탈하는 조기 이직형 특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자동차 제조업은 만 60세에서 61세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근로자 수가 약 64% 감소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이 비교적 보장되는 산업임을 보여준다. 철강산업은 아직 법적 정년에 도달하지 않은 근로자가 많고 지속근로 확률도 높지만, 50대 희망퇴직이 빈번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는 산업별 인력 수요를 전망한다.
전자산업(전자부품 제조업)은 연령 분포가 장기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2034년 이후부터 2044년까지 매년 약 1만 5천 명 수준의 숙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제조업은 지속근로 확률이 높고 61, 62세 정년 비중이 커, 2045년까지는 양적인 인력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울산 지역은 2025~2028년 사이 매년 1,8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2032년까지는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경기도는 2030~2033년 사이 매년 2,2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이를 대체할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산업은 전자 및 자동차 산업에 비해 인력 수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약 3분의 1 수준), 20대 인력 의존도가 낮은 산업이다. 이에 따라 인구 감소로 인한 청년 인력 충원 문제는 2055년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와 자원의 한계로 인해 세 개의 주력산업만을 분석했지만, 향후 인력 수급 전망을 통해 학생과 청년들이 진로와 경력을 설계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는 언제나 현재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상황이 바뀌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본문에 제시된 연구보고서의 원문(길은선․조은교․김동근(2025), 반도체․자동차․철강 산업의 은퇴 전망과 인력수급 이슈 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24)은 국가정책연구포털(www.nkis.re.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음.
[저자소개]
조병덕. 행정학박사.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고, KDI, 산업연구원 등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감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성과관리, 국가R&D 체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