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스트레스의 근원 – 미루는 습관 어떻게 할 것인가? 세번째 이야기

③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윤주안 논설위원 승인 2020.12.16 22:56 | 최종 수정 2020.12.16 23:02 의견 0

직장인에게 미루는 습관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 강제로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미루는 습관을 고쳐보기 위해 수백여 권에 달하는 관련 서적을 들추고 인터넷을 서핑하며 고민하고 있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제시되는 이전의 많은 해결책들은 주로 행동을 바꾸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할 것,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취할 것 등이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많은 연구는 단순한 행동의 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움을 밝혀내고 있다.

캐나다 비숍대학의 푸스키아 시로이스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행위를 미루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그 행위에 대한 불안감 또는 불편함을 회피하려는 심리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내일까지 끝내야지." 라고 스스로 다짐하던 보고서 작성 업무는 어느덧 수주일이 흘러 마감일이 임박해 오고 있다. 서둘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보지만, 관련 파일을 여는 대신 내일이 되면 보고서 작성하기에 더 적합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큰 의미 없는 이메일을 들척이고, SNS에 답글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로이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현재의 기분을 조절하기 위해 미래의 자신이 더 나은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막연한 기대를 통해 작업에 대한 불안감이나 좌절감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감당하기 싫은 감정을 다루기 위해 우리의 뇌는 어떻게든 기적적인 대처 논리를 만들어 스스로 위안을 삼습니다. "

앞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가 할인되는 미래할인효과와, 같은 가치더라도 이익에 따른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는 손실회피성향이 이러한 심리에 더해지면서 미루기 성향은 더욱 강화되게 된다는 점을 살펴본 바 있다.

이에 관련한 행동경제학적인 대표적 접근으로 캘거리대학 피어스 스틸 교수의 시간적 동기 부여 이론(TMT ; Temporal Motivation Theory)이 있다.

TMT는 시간에 초점을 맞춘 동기 부여 공식을 제시한다.

Utility (과업 달성을 위한 동기) = [Expectancy(성공에 대한 기대감) X Value(달성시의 가치)] / [Impulsiveness (미루고 싶은 충동) X Delay(지연에 대한 민감도에 따른 즉각적 보상)]

1.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고(E) 달성 시 가치가 큰(V) 일을 미루지 않고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2.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연하고자 하는 충동(I)에 대한 관용 또는 민감도에 의해 조정되는 즉각적인 보상(D)을 위해 미래의 보상을 포기 또는 방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두뇌가 모든 면에서 합리적으로 작동하기에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뇌는 모든 정보를 움켜쥐고 있기 보다는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처리하여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진화해 왔다.

수십억 년의 인류 진화 과정에서 미루는 습관이 인류에게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고작 1~2백년에 불과하다. 조선시대로만 돌아가더라도 우리의 선조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처럼 복잡한 선택과 싸울 필요가 없었으며, 미래에 큰 재산을 모으기 위해 오늘의 식량을 포기한다는 건 때에 따라서는 자살행위에 가까운 바보 같은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의 뇌에게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그렇기에 미루는 습관은 인간이기에 당연히 갖게 되는 선택 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미루는 습관을 내재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정받고, 동료와의 신뢰를 쌓아 나가고,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서 미루는 습관은 커다란 장애요인임도 분명하기에 우리는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효율적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동기부여이론이 제시한 네 가지 변인은 효과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취동기를 극대화할수록 유리하며, 이를 위해서 일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주어진 과제 달성 시 보상을 강화하면서 일을 늦추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 미래의 자신과 대화하라

무언가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우선 미래의 자신과 대화해보자.

대충 벗어둔 옷가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쓰레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방 청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나중에 하지 뭐.’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 방 상태를 발견하고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퍼부어댈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의 야단에 스트레스 받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수능 전 오답노트를 한번만 더 들여다봤다면 맞출 수 있었던 그 한 문제로 인해 본인이 원했던 대학에 떨어지고 눈물 흘리고 있는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자. 습관처럼 미루는 일을 반복하다가 혼자만 누락되어 동료들의 승진에 씁쓸한 축하를 건네고 있을 수년 뒤 자신과 대화해보라.

그 때 그 일을 미루는 것이 과연 현명한 행동이었는지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따지고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해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재 원하는 일을 실제로 수행하는 커다란 동기 역할을 한다.

2. 미래의 보상으로 현재의 자신을 구속하라

사전약속(Precommitment)은 미래를 결정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미래의 유혹을 제거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래에 받을 보상을 사전에 고정시킴으로써 미래의 자신이 물러나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은퇴를 위해 미래 급여의 일부를 저축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하게 된다고 한다. 또 이 방법은 건강식 구독 식사 배달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한 달간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건강식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건강하게 먹고 있음이 조사된바 있다.

3. 큰 목표를 관리하기 쉬운 작은 덩어리로 나누어라

거대하고 높은 목표는 그만큼 커다란 보상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목표가 큰 만큼 그 일을 미루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크게 작동한다. 지금 TV 시청 (즉각적이지만 작은 보상)과 목표를 향해 일하는 것(크지만 멀리 있는 보상) 사이의 선택을 감안할 때, 당신은 미래할인의 희생양이 되어 즉각적이고 작은 보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잊지 말자.

큰 목표를 작은 작업으로 나누고 각 단계가 완료되면 스스로에게 작더라도 확실한 보상을 지급하자.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키기, 새로 발매된 게임을 주말 동안 즐기기, 찜해두었던 영화 보기 등 자신의 취미 생활을 일상처럼 허비하지 말고, 아껴둔 뒤 내가 나에게 내리는 보상으로 활용해보자. 이때의 보상은 더 이상 멀지 않은 가능성이 아니라 보다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장이 된다.

4. 목표를 시각화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할 때 일이 제 때 수행되지 못하면 본인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거나 해야 할 일을 빼먹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와중에 주변 동료들을 큰 낭패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 되는 방법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말 그대로 일들을 점검하기 위한 목록표이다. 자신의 일과 또는 과업의 과정을 시간대별 또는 단계별로 나열해서 보기 좋게 작성한 뒤 자신의 시야 안에 비치해 둔 뒤, 해당 업무가 수행되면 체크해 가는 방법을 사용해 보자.

시각은 인간의 모든 기능중 인간의 생존과 지적 활동에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뇌 정보처리기능 중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단순히 머리 속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할 경우 그만큼 뒤로 미루려는 충동에 굴복하기 쉽다. 자신이 수행해야 할 과업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은 미루는 습관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5. 일이 나에게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라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수행하게 될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경우 일을 미루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자신이 해야 할 일 차례가 돌아왔을 때 그 즉시 마무리하는 것이다.

거래처에 전화 한 통, 제품 정보에 대한 이메일 한 번, 심지어 회의 시간에 관한 카톡 메시지 하나만 깔끔히 보내두었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을 깜빡 하고 넘겨버렸을 경우 바쁜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은 일을 나에게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직장인들이 빈번히 겪게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온전히 자신이 뒤집어쓰게 된다.

혼자만의 업무를 미루는 것도 최소화해야 하겠지만 협업 상황에서 일을 미루다 깜빡 하는 것은 자신의 평판 관리에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머스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