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심상치 않다. 메타는 2025년 10월, AI 연구 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 등에서 600명을 감원,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투자확대와 부서 구조조정을 위해 수천 명 규모의 인력을 감원했다. IT 기업 뿐 아니라 유통기업인 타깃도 매장 방문객 감소 및 재고 문제 등의 매출 부진으로 본사 인력 1,80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속에서 동료들이 해고되는 것을 목격한 남은 직원들은 불안감, 죄책감, 무력감 등을 느끼는데 일명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이 발생한다. 생존자 증후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관리와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구조조정 후 생존자 증후군을 나름 성공적으로 해결한 기업들이 더러 있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비앤비를 들 수 있다. 에어앤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량 해고를 단행하면서도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 방식으로 남은 직원들의 신뢰를 유지하고 생존자 증후군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업계를 초토화시켰다. 글로벌 숙박 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 역시 막대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고, 전 세계 직원의 25%에 달하는 1,900여 명을 해고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해고 이후 남은 직원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생존자 증후군'에 대한 에어비앤비의 대응 방식은 많은 기업에 귀감이 되었다. 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신뢰를 지켜낸 에어비앤비의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CEO의 진솔한 '고백', 불신 대신 신뢰로
대규모 해고는 통상적으로 남은 직원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심어준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최고 경영자의 진심 어린 소통으로 이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해고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해고 결정의 어려움과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것은 내가 내린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고 토로하며 감성적 교감을 시도했다. 또한, 해고는 직원들의 잘못이 아닌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서한 곳곳에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직원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표한 것은 형식적인 통보와는 달랐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소통은 직원들의 분노와 불신을 누그러뜨리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파격적인 지원 패키지, '퇴사자도 우리 가족'
에어비앤비는 해고된 직원들을 단순히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는 남은 직원들에게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안도감을 주었다.
넉넉한 퇴직금과 의료보험 지원: 해고된 직원들에게 최소 14주 치의 급여를 지급하고, 미국 직원들에게는 1년간 건강보험을 연장 지원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놓았다.
'퇴직자 인재 디렉토리' 운영: 해고된 직원들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올릴 수 있는 온라인 디렉토리를 만들어,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재취업 전담팀 운영: 기존의 채용팀 인력 일부를 전환하여, 퇴직자들의 이력서 컨설팅과 재취업 알선을 도왔다.
업무용 노트북 선물: 구직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업무용 노트북을 선물로 제공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남은 직원들을 위한 재정비, 미래 비전 제시로 결속력 강화
생존자 증후군을 겪는 남은 직원들의 사기 관리에도 힘썼다. 해고로 인한 업무 공백을 남은 직원들에게 무작정 떠넘기지 않고, 업무량을 공정하게 재조정했다. 또한, 리더들은 소통 채널을 열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체스키 CEO는 위기 극복 후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남은 직원들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며 새로운 목표를 공유했다. 이는 직원들이 다시금 목적의식을 갖고 회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위기 속에서 조직의 결속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대량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인간 중심'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 그리고 퇴직자와 남은 직원 모두를 배려하는 세심한 지원은 생존자 증후군이라는 어려운 난제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접근 방식은 기업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