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의 순간 ] 당신의 평판은 어떤가요?

박지순 발행/편집인 승인 2020.04.12 13:17 | 최종 수정 2020.04.12 13:20 의견 0

직장인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평판이 중요해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력자를 채용할 때 최종 결정을 앞두고 반드시 평판조회를 한다.  평판조회를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필수적인 채용 절차가 되었다. 

평판조회 단계는 기업마다 다르지만 보통 최종면접을 진행하기 전에 이루어진다. 즉 서류면접과 실무진 면접을 통과하고 임원 및 대표이사 면접을 앞두고 평판조회를 한다. 사유는 평판조회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류 검토 이후 실무진 면접 이전에 지원자들의 평판을 일일이 조회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임원 및 대표이사 면접을 앞둔 지원자의 평판조회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만약 최종 결정권자가 채용을 확정하여 입사하게 되었는데 근무 중에 합격자의 자질에 문제가 생겼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혹은 입사 이후에 업계 소문을 통해서 거짓된 경력을 알게 되었다면 어떨까? 결국은 평판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인사부서장의 책임으로 돌아가고 최종 결정한 임원 및 대표이사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책임소재를 떠나서 기업 입장에서는 우선 보이지 않는 큰 손실이 발생한다. 즉 한 명의 적임자를 뽑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잘못된 정보 및 판단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거짓된 경력으로 입사한 관리자가 업무를 지시하고 진행했다면 그 결과는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과거에 일정 부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는 전략기획팀이 있었다. 전략기획팀은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팀이다. 기업에서는 보통 해외 유명 대학에서 MBA 코스를 밟은 컨설팅 및 대기업 출신자들을 선호했다.

어느 중견기업에서 전략기획 전문가로  X 부장을 채용했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만 믿고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해외대학 출신이고 S 그룹 경력자여서 별도의 평판조회 과정은 생략했다. 설마 S 그룹에서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을 채용 할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X 부장은 최종 면접에서 합격했고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초기에 X 부장은 특유의 언변으로 업무를 순조롭게 진행하는 듯했지만, 점차 주변 사람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프로세스도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상황을 감지한 X 부장은 갑자기 사표를 냈고 이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한 채용담당자는 X 부장의 학력 및 경력을 재검검했다.

결국 X 부장이 제출한 대학 졸업증명서는 위조로 밝혀졌고 과거 재직했던 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퇴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에 해당 기업은 진행했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었다. 

X 부장에 대해 평판을 제대로 조회했으면 위와 같은 사례는 일어나기 힘들다. 또한 근래에는 해외대학 졸업을 검증하는 전문업체도 있다.

평판조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조회자의 동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의는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동의 없이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을 대상으로 한 평판조회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어떤 기업은 동의 없이 재직 중인 직장에서의 평판을 은근슬쩍 조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표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이직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알려지면 해당 지원자는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한다.

이렇듯 중요한 평판조회는 어떤 항목으로 구성될까? 

첫째, 채용 후보자의 경력 및 역량에 대한 사항이다. 함께 근무했던 직장의 상사, 동기, 후배들을 통해서 후보자의 경력기간을 검증하고 업무성과를 파악한다. 상사의 입장에서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기나 후배들보다 성과중심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고과자의 경우 후보자의 실적 달성 여부를 이미 평가했기에 보다 정확하게 역량을 파악하고 있다. 또한 후보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사항들을 알고 있어서 어떤 업무 스타일인지도 알려준다.

함께 일했던 동기를 통해서는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의 유연성을 파악하기 쉽다. 상사 및 후배 직원들과의 관계는 상사의 눈으로만 보았을 때 쉽게 알 수 없다.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 중에 직접 해당 실무를 함께 한 사람만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를 통해서는 리더십을 재검증할 수 있다. 설령 후보자와 친한 직장 후배를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하더라도 향후에 함께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후보자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역량이 뛰어난 분이라고 칭찬 위주로 대답하는 후배에게 후보자의 단점을 넌지시 물어보면 본인도 모르게 솔직히 답변한다. 

둘째, 인성에 대한 사항이다. 평판조회에서 알고자 하는 인성은 인간성이 좋고 나쁨보다는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가 이다. 가령 추진력이 있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던가 꼼꼼하지만 업무 속도가 느리다 등의 성향을 의미한다. 인성을 조회하다 보면 첫 번째 사항 중에 역량과 중복되는 대답이 있지만 역량은 보다 업무 성과에 중점을 두는 반면에 인성은 직장생활 전반에 걸친 후보자의 기본적 성향과 태도에 중점을 둔다. 

결국 성과를 창출하는 기본적인 역량 중의 하나가 인성이다. 인성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서 보통은 사례에 대한 질문을 한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기억 속에 진하게 남아있는 에피소드는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평가 자료이다. 

셋째, 융화력에 대한 사항이다. 역량이 뛰어나고 기본 인성을 갖추고 있어도 조직원으로서의 융화력이 없으면 이직을 하더라도 적응하기 힘들다. 혼자 일하는 직무라면 융화력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직무는 혼자서 성과를 낼 수 없다.

융화력을 검증할 수 있는 항목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업무 외적인 활동이다.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서 융화력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지만, 업무성과와 태도 및 사례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면 해당 후보자의 융화력을 알 수 있다. 

평판조회의 결과가 백 퍼센트 정확한 것은 아니나 적임자를 선발하기 위한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다. 모 대기업에서는 임원을 채용하기 전에 10 명의  평판조회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중에서 2,3 명은 블라인드로 진행한다. 블라인드라고 함은 후보자가 평판조회 대상자를 직접 선정하지 않고 기업에서 대상자를 선정하여 조회하는 것이다. 누가 선정되었는지 후보자는 알 수 없어서 블라인드라고 불린다. 사유는 보다 객관적인 평판조회를 위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인의 평판을 관리해야 할까? 다음장에서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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