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멀티버스를 향하여…

정천 전문위원 승인 2022.12.19 12:35 의견 0

청춘에 머무르길

故 김광석의 대표곡 ‘서른 즈음에’는 슬픈 전주에 이어 ‘또 하루 멀어져 간다’는 가사로 시작한다. 20대 마지막 날, 20대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은 서정적인 가사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가사에 공감하지 못했다. 대학입시, 입대, 취업으로 힘들었던 20대를 떠나보내는 슬픔보다, 진짜 어른이 되는 30대에 대한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

(사진=필자제공)

해마다 연말이 되면 나이 변화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르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은 10대는 20대가 되는 즐거움을 보인다. 30대가 되면 마치 젊음이 사라질 것같이 느끼는 20대는 아쉬움을 보인다. 40대가 되면 아직 이룬 것도 없는데 벌써 중년에 접어드는 30대는 고민을 보인다.

명목 나이와 세계관

국내 최초 그림 DJ 한젬마는 그녀의 책 ‘그림 읽어주는 여자’에서 나이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대학교 시절 신입생 앞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들려주는 선배들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그런 선배들조차 아직 경험이 모자란 겨우 22, 23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런 선배들의 말이 진리처럼 들렸을까? 아마 우리의 세계관이 캠퍼스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관을 넓힌다면 나이 듦은 노화가 아닌 성숙이 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매너가 녹아 있고 지식과 지혜가 깊어지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늙었다는 말을 쉽게 쓰지 않는다.

섹시함의 아이콘이었던 가수 이효리는 보통 셀럽들처럼 돈 많은 사업가나 재벌2세와 결혼해서 귀부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범한 음악가와 결혼해서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유기견을 돌보는 인생을 선택했다. 당찬 행보와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를 보며 우리는 40대 중반의 그녀에게 늙었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멋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남들의 시선이 아닌 그녀 자신이 세계관을 만들어 온 것이다.

반면 비슷한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세계적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지금도 기행을 일삼고 자기관리에 실패하면서 늙은 옛날가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그 숫자를 기준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결정해버린다. 예를 들어 40대가 되면 스키니진을 입으면 안 될 것 같다. 40대가 되면 벤츠를 타야 할 것 같다. 40대가 되면 대학로는 걸어 다니면 안 될 것 같다. 40대가 되면 생맥주보다는 와인이나 위스키만 마셔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보다 넓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만약 인생을 60세까지로 보는 사람이라면 40대는 종착지에 얼마 남지 않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낄 수 있다. 반면 100세 또는 그 이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40대는 아직 인생을 더 배워야 하는 청년이기 때문에 더 채우고 정진해야 한다는 동기부여에 감응할 수 있다.

멀티버스를 향하여…

2023년 6월부터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통용되던 한국식 나이를 만나이로 통일한다고 한다.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되지만 40대인 필자 역시 조금이라도 나이가 어려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숫자의 줄어듦 보다는 세계관 확장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로 가능해진 세계여행을 통해 다른 민족과 다른 문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계획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철학적 조언을 얻을 계획이다. 그렇게 더 깊이 있는 글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날 예정이다.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6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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